저는 반도체를 설계하던 연구원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경험으로 영업비밀과 산업기술 사건을 다룹니다.
컴퓨터를 배우며 보안을 만나다
컴퓨터를 전공하면서, 기술을 만드는 일만큼 그 기술이 어떻게 새어 나가고 어떻게 지켜지는지에 관심이 갔습니다.
그 관심을 따라 학부 재학 중 논문 「산업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스마트기기 기능 통제 방안 연구」를 작성해 2016년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에 발표했습니다. 누구나 들고 다니는 스마트기기가 기술 유출의 통로가 될 때, 그 기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다룬 논문입니다.
정보처리기사, 산업보안관리사, 디지털포렌식전문가 2급 자격을 취득하며 기술과 보안, 디지털 증거를 한 흐름으로 공부해 왔습니다.
반도체 칩을 설계하던 시간
삼성전자 System LSI 사업부에서 모바일 AP를 설계하는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SoC 설계팀). 엑시노스 990, 엑시노스 2100, 엑시노스 2200, 차량용 반도체인 엑시노스 오토 V9, 그리고 구글 Tensor G1 개발 과제에 참여했습니다.
칩 하나는 수많은 설계 블록과 IP가 맞물려 완성됩니다. 그 과정에서 매일 다룬 것이 설계 문서와 소스코드, 검증 결과였습니다. 이 자료들이 회사에 어떤 가치를 갖는지, 개발 조직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관리되는지를 현장에서 익혔습니다.
법조인이 된 이유
연구원으로 일하던 시절, 해외 업체를 통한 기술 유출 사건이 발생했고 제가 참여하던 프로젝트가 중단되었습니다. 많은 엔지니어가 오랜 시간을 들여 쌓아 올린 결과물이 한순간에 멈춰 서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봤습니다.
학부 시절부터 품어온 보안에 대한 관심이, 그때 분명한 방향이 되었습니다. 기술을 만드는 것만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고, 법조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반도체 설계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법률 지식을 하나로 엮는 것. 기술이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 그 기술을 정확히 이해한 대응을 하는 것. 그것이 제가 변호사로서 하려는 일입니다.
기술 사건은 기술로 다툽니다
영업비밀과 산업기술 사건에서 법정이 묻는 질문은 결국 기술의 질문입니다.
- 문제된 자료는 이미 알려진 기술인가.
- 고시된 산업기술의 범위에 들어가는가.
- 상대방은 그 기술을 실제로 사용했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기술자료를 직접 읽고 분석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술자료는 대개 설계자의 언어로 쓰여 있습니다. 저는 그 언어를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문제된 자료를 특허, 논문, 표준 규격 같은 공지된 기술과 항목별로 대비합니다. 산업기술 해당성이 쟁점이라면, 고시에 적힌 기술 범위와 기준에 비추어 하나씩 따져봅니다. 자료가 언제, 어떤 경로로 움직였는지는 포렌식 결과로 확인합니다.
고소를 준비하는 쪽이라면 무엇이 새로운 기술인지를, 수사를 받는 쪽이라면 무엇이 이미 알려진 기술이었는지를 기술적 근거로 입증합니다. 같은 분석이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공격이 되기도, 방어가 되기도 합니다.
사건을 대하는 태도
기술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은 채 기술 사건의 결론이 내려지지 않도록, 문제된 기술을 끝까지 읽고 따지겠습니다.